10B. [예제] 단진자계

이상기체계에서 입자의 퍼텐셜에너지는 무시할 만하다. 간혹 일어나는 다른 입자와의 충돌을 제외하면, 입자들은 다른 입자와의 상호 작용 없이 자유로운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입자 간의 충돌은 물론 입자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지만, 충돌의 세부 사항은 기체 상태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입자들의 충돌로 인한 주된 효과는 기체가 평형상태를 이루는 것인데, 우리는 이미 평형 상태를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체계의 경우 입자들은 강력한 퍼텐셜에너지에 의해 속박되어 있다. 입자들은 결정 내의 고정된 위치에 배정되며, 제 자리를 중심으로 작은 변위의 운동을 한다. 이때 평형 위치에서 벗어난 변위에 비례해서 복원력을 받는다고 가정하자. 이를 harmonic approximation 이라고 한다. 변위의 3 차항 이상의 고차항이 존재하지만, 이들의 주된 효과는 계가 평형을 이루는데 기여하는 것이므로 무시하기로 한다. 이 또한 우리는 이미 평형 상태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N 개의 입자로 이루어진 고체계는 3N 개의 진동수를 갖는 독립적인 단진자계로 치환된다. 이 각각의 단진자를 normal mode 라고 한다. 이 normal mode 들은 마치 이상기체계의 입자들처럼 주변의 다른 normal mode 들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때 고체계의 에너지는 


이다. 변수를 변환하여 계수를 제거하자. 

이제 계의 에너지는 

원래의 정의에서 계의 상태 {p, x}가 차지하는 부피가 h3N 이었으므로, 변환 후 {P, Q}가 차지하는 부피는 

이 된다. 이제 계의 에너지가 U <  E 일 때 가질 수 있는 미시 상태의 개수 Ω(E) 는 6N 차원 초월 공간에서 반지름 E1/2 인 구의 부피를 위의 상수로 나눈 것이므로

이 된다. 엔트로피는 


가 된다. 단진자의 변위에 제한이 없으므로 이 표현에 부피 V 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제 계의 온도는 

  
이 되어


를 얻는다. 앞에서 논의한 이상기체계에서 입자의 한 방향 운동에 (1/2)kBT 만큼의 에너지가 배분되었던 결과와 비교할 때, 이는 입자의 한 방향 운동에너지 항과 퍼텐셜에너지 항에 각각 (1/2)kBT 만큼의 에너지가 배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등분배 정리(equipartition theorem)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가 평소에 관찰하는 많은 현상에 위배되는 결과이다. 즉, 현재 결과는 단진자에 분배되는 에너지가 그 진동수에 무관하게 일정한데, 흑체의 온도가 높아지면 복사선은 붉은 색을 띄다가 푸른 색 쪽으로 변화한다. 이때 붉은 색이나 푸른 색의 빛은 각각 다른 진동수를 갖는 단진자계와 수학적으로 동일하다. 문제는 전자기파는 고주파 영역에 한계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모든 normal mode 에 주파수와 상관 없이 같은 에너지가 배정된다면, 자외선 영역에 엄청난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결과를 얻는다. 이는 명백한 오류이며 이를 자외선 파탄이라고 한다. 

즉, 이상기체계에 대해 성공적이었던 고전통계역학은 단진자계에 대해서는 파국적인 결과를 내었다. 이 문제는 결국 플랑크의 양자 가설 도입과 함께 해결되며, 통계역학을 못 미더워하던 플랑크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통계역학의 방법론이 옳은 것이었음을 증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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