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자료2. 응집물질의 진동 (I)

3차원에서 이산화탄소 분자와 물 분자의 진동을 생각해보기로 하자. 이산화탄소는 일직선 상에 탄소원자를 중심으로 산소 원자 2 개가 자리하고 있다. 물 분자는 산소 원자를 중심으로 2 개의 수소 원자가 약 104.5 도의 각도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모두 3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들이다. 따라서 9 개의 좌표를 가지므로, normal mode의 갯수 또한 9 개이다. 그 중의 3 개는 공간의 대칭성으로 인해 group theory 로부터 공간 상의 평행 이동에 해당되는 normal mode 들이다. 이러한 공간 이동은 아무런 에너지도 요구하지 않으므로 진동수가 0 이다. 

공간의 평행 이동 대칭성 다음은 회전 대칭성이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 분자와 물 분자는 약간 다르다. 이산화탄소 분자의 경우, 원자들이 늘어선 축 방향의 회전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분자의 회전 normal mode 는 2 개이고, 물 분자의 회전 normal mode 는 3 개이다. 이들은 공간이 등방성이기 때문에 normal mode 분석에서는 진동수가 0 으로 나타나게 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관성모멘트로 인해 양자역학적 회전 운동 에너지 L2/2I 를 갖게 된다. 보통 회전 운동에너지 준위들은 작은 에너지 차이를 가지며 분광학 분석에서 미세구조로 나타나게 된다. 

나머지 3N – 6 개의 normal mode 들은(만일 일직선 상으로 배치된 분자라면 3N – 5 개) 거의 독립적인 단진자 노릇을 한다. i 번째 단진자는 ħωi 만큼의 간격으로 늘어선 에너지 준위를 가진다. 이는 적외선 영역에 해당되며 IR spectroscopy 또는 Raman spectroscopy 를 통해 해당 분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고성능 열가소성 수지 polysulfone 의 적외선 분광학 스펙트럼이다.


이제 고체계를 생각하자. 가장 쉬운 대상은 결정(crystal)이다. 결정 상태에서 원자들은 동일한 패턴을 무한 반복한다. 무한이란 말은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면, 콩알 만한 철 구슬에 존재하는 철 원자의 개수가 대략 아보가드로 숫자 정도이며, 이들이 각 방향으로 대략 1 억개의  원자 평면을 이룬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따라서 표면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한 반복이 유효한 근사가 된다. 

이제 N 이 아보가드로 숫자 정도 되는 현실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여태 논의하였던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많은 뉴튼 방정식을 어디에 옮겨 쓸 수나 있겠는가. 여기서 의외의 원군을 만날 수 있다. 수학자들은 오랜 동안 군(group)의 성질에 대해 연구해왔다. 예를 들어, 정수의 집합은 덧셈이나 곱셈에 대해 군을 이룬다. 이러한 성질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얼핏 호기심에 사로잡힌 괴짜들의 취미생활에 불과할 것 같아 보인다. 




결정을 이루는 원자들은 같은 패턴을 무한 반복한다. 이러한 기본 패턴을 단위 세포(unit cell)라 한다. 결정을 단위세포의 정수배만큼 평행이동한다면 이는 정수의 덧셈과 같은 성질을 갖는다. 이러한 규칙성으로 인해 군 이론(group theory)이 적용되어, 이 많은 숫자의 원자들을 다루는 문제가 일거에 단위 세포 내의 원자를 다루는 문제로 축소된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간략하게 알아보자. 


단위 세포 N 개로 이루어진 간단한 1차원 계를 생각하자. 이 계의 양단 끝에 주기 경계조건(periodic boundary condition)을 적용하자. 원자 간격을 a 라 하고 원자 s 의 평형 위치를 xs0 = s a 라 하자. 또 원자 s 의 평형 위치로부터 변위를 xs 라 하자. 이때 주기 경계 조건은



와 같이 표현된다. 이제 계의 운동 방정식은 


이는 N 개의 연립 미분방정식이다. 이때 normal mode 해가 존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를 대입하면, 


이는 거대한 N x N 행렬로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크기이다. 그러나, group theory 에 따르면 병진 대칭성(translational symmetry)으로 인해 



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 결과에서 s 가 사라져버린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더 이상 어떤 격자점 s 와 그 이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됨을 뜻한다. 그 대신 새로운 변수인 파수(wave number) K 가 등장하였다. N 개의 국지 좌표가 N 개의 집합 좌표로 바뀌었으며, 이 집합 좌표의 특성이 파수 K 이다. K 는 경계 조건을 만족하여야 한다. 이제 이 문제는 N 개의 1 x 1 행렬 문제가 되어 우리가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을 얻는다. 이것은 분산관계식(dispersion relation)이라고 하며, 계에 존재하는 파동의 파장과 주파수 사이의 관계이다. 이는 계의 아주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이다. 

여기서 K 가 만족하여야 하는 조건을 알아보자. 이때, xs = xs+N 이므로 As = As+N 이어야 한다. group theory 의 요구 조건에 대입하면, 


이 되어, exp(i K N a) = 1 을 만족하여야 한다. 즉, K N a = 2 π n, n = 0, 1, 2, 3,..., (N – 1) 이 된다. 따라서, 


이는 0 ~ ( 2 π / a )의 범위에 존재한다. 만일, 대칭적으로 범위를 잡는다면,  



와 같이 정의할 수도 있다. 위의 결과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이 그래프는 K 공간에서 반복된다. 즉, real space 에서는 x 축 방향으로 a 단위로 같은 모양이 반복되었는데, K 공간에서는 ( 2 π / a ) 단위로 같은 모양이 반복된다. 파수는 길이의 역수 단위이므로 이를 역공간(reciprocal space)라고 한다. 

이때, K = 0 부근에 대해 생각해보자. K 값이 거의 0 에 가까우므로, As = A exp( i K s a) ≈ A 가 되어, 거의 모든 원자들이 같은 크기와 같은 방향으로 운동한다. 이와 같은 상황을 장파장 극한(long wavelength limit)이라고 한다. 이는 고체계에 음파가 전파되는 상황에 해당한다. K = 0 부근에서 그래프의 기울기 dω/dK 는 바로 음파의 전달 속도가 된다. 고체계의 결합 강도가 세면 셀수록, 즉, 용수철의 k 값이 크면 클수록, 음파의 전달 속도는 빨라진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에서의 음파 전달 속도는 철에서의 음파 전달 속도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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