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체(blackbody)란 진동수나 입사각에 무관하게 모든 파장의 빛을 완전 흡수하는 가상적인 물체이다. 열적 평형 상태에 존재하는 흑체는 흑체복사(blackbody radiation)을 방출한다. 흑체복사는 오직 온도에 의해서 결정된다.
흑체는 검은 색의 물체가 아니다. 흑체는 그 온도에 따라 아래 그림과 같은 색으로 보인다.
태양의 표면은 5800 K 로 알려져 있다.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 색과 완연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우주 정거장에서 찍은 사진을 보자.
우주 정거장에서 본 태양의 모습은 위 그림에서 5800 K 흑체의 색에 가깝다.
위의 그래프는 실제 태양의 스펙트럼과 5777 K의 흑체 복사 스펙트럼을 비교한 것이다.
1700 년 경부터 학자들은 두 물체 사이의 열 교환이 단순히 온도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0 ℃ 와 100 ℃ 인 두 물체 사이의 열 교환과 100 ℃ 와 200 ℃ 인 두 물체 사이의 열 교환은 다르게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Newton 이 1701 년에 익명으로 발표한 열 전달 이론은 온도 차이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높은 온도에서 이 이론이 부정확해지는 것을 뉴튼 자신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817 년에 Dulong 과 Petit 는 실험을 통하여 열 전달을 지수 함수 형태로 표현하였다. 정확한 실험 데이터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 문제는 1879 년에 이르러서야 Stefan 이 제창한 T4 법칙에 의해 해결의 실마리를 얻게 된다. Stefan의 제자 Boltzmann이 1884 년에 전자기파 계에 작동하는 카르노 기관을 생각하여 Stefan 의 T4 법칙이 실제로 정확함을 보였다.
이상기체의 경우 pV=NkBT 와 U=(3/2)NkBT 를 결합하면
을 얻는다. 이는 1861 년 막스웰에 의하여 예측된 것이며 1900 년에 Lebedev 에 의하여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최초로 복사 압력에 대해 언급한 사람은 다름아닌 케플러였는데 그는 1619 년에 혜성의 꼬리가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는 쪽을 향하는 이유가 복사 압력 때문이라고 하였다.
열역학 제1법칙 dU = TdS – pdV 에 T 를 고정시키고 V 로 미분을 취하면
를 얻는다. 헬름홀츠 자유에너지 dF = – SdT – pdV 에 대해
이 성립한다. 또, u 는 T 에만 의존하므로
따라서,
여기에
를 대입하면,
을 얻는다. 이는 즉,
이로써 Stefan-Boltmann 법칙은 이론적인 근거를 갖게 된다. 이는 복사선의 총 에너지에 대한 결과이고, Wien 은 파장 대역에서의 에너지 밀도 uλ dλ 를 밝히는 데 필생의 노력을 기울였다. 1893 년에 Wien 은 열역학적 추론에 의하여 복사 에너지가 최대가 되는 파장 값 λpeak = b / T 가 됨을 밝혔다. 이는 Wien 의 변위 법칙으로 불리우게 된다. 이 논문에서 그는 최초로 에너지 알갱이(quantum)의 개념을 언급한다.
Wien 은 1896 년에 열역학적인 논거에 의해
의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 기체에서 원자의 속도가 막스웰-볼츠만 분포를 따르는 것을 본떠서
일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이러한 분포 법칙을 진동수에 대한 표현으로 바꾸면
1905 년에 Rayleigh 와 Jeans 는 고전역학의 등분배법칙으로부터
으로 표현되는 분포 법칙을 발표한다. 이는 낮은 주파수에서는 잘 맞았지만, 높은 주파수에서는 파국적인 결과를 보였다. 이를 자외선 파탄(ultraviolet catastrophe)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5800 K 의 흑체 복사 스펙트럼이다. 레일리-진스의 법칙은 저주파에서, 비인의 법칙은 고주파에서 실험 결과와 좋은 일치를 보였다. 이를 전 영역에 걸쳐 설명하기 위해서는 플랑크의 양자 가설이 도입되어야만 하였다.
1877 년에 볼츠만은 에너지 준위가 연속적이지 않고 끊어진(discreet) 값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1898 년에 볼츠만은 통계역학적인 추론으로부터 I2 분자의 에너지 준위가 discreet 하다고 주장하였다. 두 원자의 민감한 부분 α 와 β 의 중첩으로 인한 에너지 준위의 변화를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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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만 해도 원자나 분자의 실재 여부는 뜨거운 논쟁 거리였다. 볼츠만이 원자나 분자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마다, 반대론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1904 년에 St. Louis 에서 열린 학회에서 그는 물리학 분과에 초대조차 되지 않았고, 응용 수학 분과로 밀려났다. 거의 모든 학자들이 원자의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반대의 근거는 철학적인 것이었다. 즉, 전자기학적 에너지가 만물의 실체이며, 이것은 연속적이라는 것이었다.
Planck 는 통계역학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흑체복사를 설명하려는 모든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그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통계역학적인 접근 방식을 시도하게 된다. 그는 공동 내에 존재하는 전자기파를 의미하는 가상적인 단진자가 기본 단위 𝜀 의 정수배로 에너지를 교환한다고 가정하면, 흑체 복사 분포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기본 단위 𝜀 는 해당 전자기파의 진동수 𝜈 에 비례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때의 비례상수는 보편우주상수이며, 이를 플랑크 상수 ℎ 라고 한다.
𝜀=ℎ𝜈
앞에서 보았던 흑체복사 분포 곡선의 가로축은 진동수 𝜈 였다. 이 각각의 진동수 값에는 수많은 전자기파 진동 모드가 대응된다. 그 각각의 진동 모드는 즉 단진자이며, 그들의 에너지 준위는 ℎ𝜈 만큼의 간격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낮은 진동수의 빛, 예를 들어, 적외선이라면 에너지 준위 사이의 간격은 열 에너지 𝑘𝐵𝑇 에 비교할 때 작다. 그러나 높은 진동수의 빛, 예를 들어, 자외선이라면 에너지 준위 사이의 간격은 열 에너지 𝑘𝐵𝑇 에 비교할 때 크다. 이런 상황에서 열 에너지는 적외선 모드를 활성화시키기에는 충분하지만, 자외선 모드를 활성화시킬만큼 크지는 못하다.
즉,
가 성립하여야 한다. 여기서, 𝑛1,𝑛2, 𝑛3 는 자연수이다. 이 한 세트의 자연수들은 하나의 전자기파 모드를 나타낸다. 공동의 한 변 𝐿 은 거시적인 길이이고, 𝜆 는 빛의 파장이므로 𝐿 보다 훨씬 작다. 이제 𝜆 보다 큰 파장, 즉, 𝜈 = c / 𝜆 보다 작은 주파수를 갖는 전자기파 모드가 몇 개인지 세어야 한다. 이때 합을 적분으로 다루어도 괜찮다.
𝑛1,𝑛2, 𝑛3 가 3 개의 축이 되도록 표현하면, 각각의 점이 전자기파 모드를 의미하게 된다. 이때, 구의 내부에 존재하는 전자기파 모드의 개수 𝑁 은 반경 2𝐿/𝜆 인 구의 1/8 쪽(양의 정수만을 생각하므로)의 부피를 모드 1개가 차지하는 부피(이것은 한변의 길이가 1 인 정육면체의 부피이므로 1 과 같다)로 나눈 것이다. 또, 전자기파는 2 개의 편광 방향을 가지므로 2 를 곱하여야 한다.
을 얻게 된다.
1. Rayleigh-Jeans 의 분포에서는 각 모드 당 𝑘𝐵𝑇 의 에너지를 배정하였다. 그 경우, 에너지 밀도는
가 된다.
2. Planck 의 흑체복사이론에서 각 모드는 양자역학적인 단진자 에너지를 갖는다. 여기서 잠시 영점 에너지를 무시하면, 진동수 𝜈 에 따라 𝐸𝑛=𝑛ℎ𝜈 의 에너지 준위를 갖는다. 앞에서 온도 𝑇 인 열저수지와 평형을 이루고 있는 단진자의 평균에너지는
로 주어졌다. 따라서 이 경우, 에너지 밀도
을 얻게 된다.
Planck 의 복사법칙은 고주파 혹은 저주파 영역에서만 정확하였던 Wien 과 Rayleigh-Jeans 의 분포법칙을 개선하여 모든 주파수 영역에서 올바른 흑체복사 에너지를 기술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에너지 알갱이(quantum)라는 가설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양자역학이 도입되어야만 하였다. 흑체복사 문제는 우리를 양자역학으로 이끄는 인도자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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